항목 ID | GC09400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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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金海 三政- 農樂- 傳承- 意味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남도 김해시 삼정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한양하 |
[정의]
경상남도 김해시 삼정동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굿으로 전해오는 걸립치기 농악의 구조와 특징.
[삼정걸립치기 명칭]
지신밟기는 해가 바뀌는 새해에 마을 사람들과 예인들이 주축이 되어 한 해 동안 마을과 가정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제의이다. 지신밟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행이 되는 순차적 구조를 가진 놀이로 벽사(辟邪)와 진경(進慶)의 의미가 담겨 있다. 지신밟기는 보통 열림굿, 당산굿, 샘굿, 길놀이, 집돌이, 대보름굿의 순차적 연행 구조를 가지는데 마을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 개별 집안에 대한 벽사와 다스림 및 축원, 마지막 대동놀이를 통한 신명 나눔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신밟기를 김해에서는 걸궁치기 혹은 걸립치기라고 하는데 풍물치기, 매구치기라고도 하였다.
[삼정걸립치기 채록과 연구]
김해 삼정걸립치기의 채록은 1967년 민속학자 이두현과 미국의 민속학자 유진 어빙 크네즈(Eugene. I. Knes)가 삼정동 농악 현장을 녹음하고 논문으로 연구하였으며, 1990년대부터 공연물로 재구성되어 널리 알려졌다. 일찍이 현장 녹음과 연구가 이루어져 원형이 잘 남아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67년 2월 14일 정재룡의 집에서 행한 걸립치기를 기록하였는데 이때 마당돌이, 성주굿, 조왕굿, 용왕굿, 장독굿, 고방굿, 마닥굿[마닥은 외양간을 말함], 뒷간굿, 거리굿의 순서로 진행하였다. 농악대가 길놀이를 하며 정재룡의 집에 이르러 마당돌이를 하는 동안 정씨 댁은 마루에서 성줏상을 준비하였다. 상 위에는 백미 한 그릇과 술 한 되, 묵 한 접시, 양초 두 대, 돈이 올려져 있다. 정치봉 상쇠가 구술하는 「성주풀이」는 서사무가로 가신인 성주신의 유래담이다. 정치봉 상쇠의 「성주풀이」 본은 지역적으로 가까운 구포 망무 최순도 본과 대동소이하다. 이는 구포와 김해가 인접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김해 삼정걸립치기에 대한 연구는 1967년 이두현의 고증 이후 김헌선 교수가 주축이 되어 2017년 『경상남도 김해 삼정걸립치기』 연구 성과가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삼정동의 내력과 지리, 걸립농악의 전통, 삼정걸립치기의 농악 구성과 전개, 삼정걸립치기의 가신 신앙적 면모, 음악적 특징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개별 연구로 2002년 한국학중연연구원의 김인숙 교수와 양옥경 교수의 삼정걸립치기의 음악적 특성을 연구한 결과물이 나왔다.
[삼정걸립치기의 연행 구조와 의미]
김해 삼정걸립치기는 동제를 지낼 때 산신, 당신, 용왕신을 모시는데 음력 정초 8일 자정에 제관 내외가 당산에 있는 당집과 당산나무, 샘터에서 제를 지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제의로 제주는 동제 지내기 3일 전부터 왼새끼를 꼬아 금줄을 치고 목욕재계하여 정성을 들인다. 동제를 마치면 마을 농악대가 집집마다 돌며 걸립치기를 하는데 이를 매굿, 지신밟기라고 한다. 이때 마을 사람들에게 걷은 쌀과 돈은 마을 공동 경비로 사용하였다.
그 다음 집집마다 다니며 집돌이를 하는데 일반적인 지신밟기의 구조는 문굿, 터밟기, 각 가택신 모심, 인사굿의 순서로 진행된다. 각각의 굿 또한 벽사(辟邪), 모심, 축원, 보냄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처음 문굿은 집주인의 허락을 받는 과정이다. 풍물패가 요란한 소리로 주인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한다. 주인이 허락을 하면 마당이나 일상의 공간에서 맞춤 놀음을 한 뒤 가택신과 만남을 주선하여 집안의 안택을 시작한다. 집을 지키는 성주신, 부엌의 조왕신, 안방의 삼신, 우물의 용왕신, 변소의 측간신 등을 불러 일정한 공간에 신들의 보호를 당부한다. 가택신을 모심에 따라 샘굿, 조왕굿, 성주굿 등 개별적인 작은 굿을 진행한다.
김해 삼정걸립치기에서 가택신을 모두 불러모아 굿을 드리는 데서 가신 신앙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는 서사무가에 전하는 성주신, 조왕신, 삼신, 용왕신, 측간신의 서사와 접합되어 있다. 서사무가에서 성주 황우양은 첫돌에 마음대로 걸어 다니고, 세 살에 온갖 말을 다 하며, 다섯 살에 온갖 글을 다 배워 알고, 일곱 살에 나무와 흙으로 집을 짓는데 솜씨가 천하의 목수들을 뺨칠 정도였다. 나이가 들수록 솜씨는 늘어나 스무 살이 되어서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혼인 후 황우양은 옥황천궁의 집을 짓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황우양의 아내를 탐하려는 소진랑이 갖은 꾀를 쓰나 결국 옥황궁을 다 짓고 돌아온 황우양이 소진랑의 물리치고 아내와 행복하게 산다는 서사이다. 1967년 이두현의 고증 자료를 보면 성주신은 집을 짓기 위해 연장을 마련하여 나무를 찾아내는 과정, 터를 닦고 주추를 놓는 과정, 동서남북 문을 내어 집을 짓는 과정, 이후 이 집의 대주가 살게 된 내력까지 담고 있다. 성주신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의 신들이 가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민속에서 잡귀는 굶주림과 질병, 죽음, 홍수나 가뭄, 한파, 전염병 등을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것을 말한다. 공동체 삶을 위협하는 전쟁과 수탈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잡귀로 인해 서럽고 억울하고 답답했던 감정들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풍물패들은 집주인을 연행의 판으로 끌어들임으로 굿의 주체이자 향유자로 관계맺음을 하여 ‘정화(淨化)’의 미적 체험을 하게 된다. 성주굿에서 상쇠가 성주의 본을 밝히고 성주신을 모셔 신의 위엄을 나열하고 신격을 세워 신의 권능을 알린다. 집주인은 가택신을 모심에 동화되고, 가정의 축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게 된다.
[삼정걸립치기의 전승과 특징]
이두현의 고증에 따른 삼정걸립치기 농악의 구성은 농기[1], 꽹과리[2], 징[1], 북[1], 장고[1], 소고[5], 포수[1], 화동[1], 사대부[1]로 상쇠는 정치봉[1967년 당시 64세]이었다. 정치봉은 23~24세부터 40여 년간 상쇠로 걸립을 쳐왔다고 했다. 그는 10여 년 연장자인 유상진(劉相鎭)에게 성주굿 이하 각 거리의 축원 사설을 배웠다고 했다. 1970년대 들어 정치봉 상쇠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다 1998년 삼정걸립치기보존회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고 양만근 상쇠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양한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삼정걸립치기보존회는 1998년 가락문화제 농악경연대회 최우수상, 2003년 경남민속예술축제 개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정걸립치기는 원래 3시간 정도 진행됐으나 최근 약식으로 그 형태를 바꿔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당산제, 용왕굿, 마당놀이, 성주굿, 장독굿, 거리굿, 물림굿 등으로 구성됐다.
삼정걸립치기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거리굿[걸귀굿]과 물림굿이 특징이다. 거리굿과 물림굿 모두 벽사의 의미로 거리굿이 걸귀[잡귀]를 대접해 보내는 의미가 있다면 물림굿은 액을 물리치는 굿이다. 상쇠는 바가지에 음식을 조금씩 담고 칼과 함께 문밖으로 내던진다. 칼끝이 바깥을 향할 때까지 던지는데, 바라는 대로 되면 칼로 땅에 십자를 긋고 칼을 가운데 꽂는다. 그 위에 바가지를 씌워 놓는데 그날은 지신을 밟아 놓았으니 부정 탄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다.
[삼정걸립치기의 음악적 특징]
삼정걸립치기의 음악은 자진모리장단과 여기서 비롯된 덧배기장단, 굿거리장단,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휘모리장단 등이 주로 쓰인다. 대부분 장단은 1967년 이두현의 녹음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현대까지 제대로 전승되어 오고 있다. 덧배기 장단은 자진모리의 변형으로 대부분의 절차에서 이 덧배기를 활용하여 장단에 변화를 주고 있다. 자진모리장단은 3소박보다 2소박을 위주로 하고, 2소박과 3소박을 섞어어 쓰는 엇박으로 변주해 간다. 길굿장단은 모든 행진에 사용하는 것이지만 간혹 자진모리장단으로 대체하여 길굿 과정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인원수가 증가하고 음량이 풍부해졌다. 잡색은 기능면에서 확대되었으나 잡색놀음 자체가 오늘날 걸립치기에서 간과되었으므로 연희성에서는 축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삼정걸립치기에서 쓰이는 특별한 인사굿 장단도 있는데 이는 걸립치기 모든 순서가 끝나면 주인을 모셔 놓고 한판 놀음을 논 후 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치는 장단이다. 전체 굿을 마치는 장단으로 세 장단을 반복하는데 한 장단은 4박과 2박으로 구성되어 4박을 치면 이것을 신호로 2박에 고개를 숙이고 또 4박을 치고 2박에 고개를 드는 방식이다.
농악은 춤, 놀이, 연극적 요소와 음악이 상호 결합하여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삼정걸립치기는 전통 사회와 현대 사회를 잇는 긴 시간적 축적을 보유한 농악으로 마을 공동체에 의해 형성되고 전승되어온 역사성이 뚜렷하다. 특히 경상도를 비롯한 현재 대한민국에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농악 대부분은 ‘판굿’이라는 공연 양식과 전문 걸립패에 의해 전승, 전파되어 온 전문 걸립 양식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마을 제사굿 성격의 농악 공연 양식을 고스란히 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또한 삼정걸립치기는 농악의 ‘기악’과 ‘성악’이라는 음악의 두 중요 요소 중에서 성악적 요소를 매우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한국 농악의 문화적, 예술적 다양성을 입증하는 데도 중요한 근거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