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데이터
항목 ID GC09401209
한자 婚禮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경상남도 김해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한양하

[정의]

경상남도 김해 지역에 전해 오는 전통 혼례의 절차와 현대 혼례 문화의 변화.

[개설]

혼례(婚禮)는 인륜지대사라고 하여 한 사람의 일생 의례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다. 전통적으로 혼례는 성인이 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의식일 뿐만 아니라 한 집안과 집안의 관계 맺음이며,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시작을 의미한다. 혼인으로 남편과 아내가 됨은 물론이고 한 집안의 며느리, 한 집안의 사위가 되는 것이며, 이후 어머니, 아버지로 자녀를 양육할 가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되는 사회적 승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통 혼례는 절차가 세분화되어 있으며 지켜야 할 규정이 많았다.

[김해시의 전통 혼례식]

전통 혼례는 크게 혼인 의사를 주고 받는 의혼(議婚), 혼례를 치르는 대례(大禮), 혼례 후 후례(後禮)로 나눌 수 있다.

1. 의혼

집안에서 혼인 의사를 가진 경우 두 집안의 혼인 의사를 주고 받을 때 과정을 중개하는 중매인을 두었다. ‘중신애비’, ‘중매쟁이’, ‘매파’라고도 하였는데 혼인 적령기에 이른 자녀를 둔 집에서는 이런 중매자를 통해 혼사를 치를 때까지 의견을 조율하였으며, 혼례 후에는 답례로 신발, 옷, 금전, 쌀 등을 주었다. 중매자는 전통적으로 혼례 전 납채(納采), 연길(涓吉), 송복(送服), 납폐(納幣) 등의 일을 도맡아 하였으며, 혼례 당일 큰손님으로 대접을 받았다. 납채는 신랑집에서 혼인을 하고자 예를 갖추어 신붓집에 혼인을 청하는 의식이다. 양가에서 혼인을 결정하면 신랑 측에서 신랑의 성씨와 생년월일시를 적은 사주단자를 보내면 신붓집에서는 신랑과 신부의 궁합을 보고 허혼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일반 집에서는 납채를 간소화하여 서식을 생략하고 사주만 적어 보내는데 손 없는 날에 사주를 보냈다.

연길은 혼례 날짜를 고르는 일이다. 사주단자를 받은 신붓집은 허혼의 뜻으로 혼인 날짜를 받아 신랑 측에 보내는데 혼례 날짜는 신부 측의 사정에 맞추어 정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러나 혼례 날짜가 부모의 결혼 달과 겹치거나 신랑 측 사정이 있으면 의논하여 변경하였다. 송복은 신랑집에서 신붓집으로 예물을 보내는 것으로 신부의 옷감, 이불, 솜, 명주, 광목, 패물, 술, 떡 등을 싸서 ‘물목기(物目記)’를 적어 보내면 예물을 받은 신붓집에서는 친지들이 모여 잔치를 했다. 납폐는 혼례 전날 신랑집에서 신붓집으로 혼서지와 신부용 채단, 예물함을 보내는 혼례 의식으로 흔히 ‘함 보내기’라고 한다. 요즘에도 의혼 과정에서 남아 있는 의식은 중매의 경우 선보기를 주선하여 답례를 받는 것과 사주로 궁합을 보는 정도이다. 그러나 궁합, 예물, 함으로 인한 혼례 전의 불미스러운 갈등으로 인해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2. 대례

대례는 신랑이 신붓집으로 가서 장가드는 전 과정을 말한다. 옛날에는 혼례를 ‘장가든다’고 했는데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가서 혼례를 치렀기 때문이다. 대례는 초행(醮行),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巹禮), 신방 차리기, 동상례(東床禮)가 있다. 초행은 신랑이 혼례를 치르기 위해 신붓집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신랑은 신붓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방 안에 물을 떠 놓고 북향재배하거나 조상의 산소나 사당에 들러 조상에게 혼례를 고하고 출발한다. 초행에는 신랑의 아버지, 삼촌 등이 상객과 후행으로 동행하는데 초행길을 갈 때는 윗길과 평지로만 다녔다. 신랑 일행이 신부 마을에 도착하면 신붓집을 지나치지 않는 가까운 집에서 신부의 오빠나 형부의 대접을 받고 사모관대를 한 후 신붓집으로 향한다. 신붓집으로 들어갈 때는 짚불을 타 넘거나 쌀겨나 콩을 넣은 가마니를 밟고 넘어가도록 했다. 대문이나 문지방은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경계로 이전 장소에서 가지고 왔던 액을 옮기지 않도록 벽사(辟邪)의 의미로 짚불을 타 넘도록 했다.

전안례는 신랑이 나무 기러기를 가지고 신붓집으로 가서 혼주에게 전하는 의례로 기러기처럼 금슬 좋은 부부로 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신붓집에서는 멍석을 깔고 병풍을 두른 후 작은 전안상을 준비하는데 신랑은 나무 기러기를 받아 상 위에 놓고 4배(四拜)를 한다. 이때 신부 어머니가 기러기를 치마로 받아 신부가 있는 안방에 던진다. 전안례의 의식이 요즘 혼례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결혼 축하 선물로 나무 기러기를 하기도 한다. 교배례는 신랑과 신부가 초례청에서 처음 큰절을 주고받으며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의식이다. 신랑이 동쪽에, 신부가 서쪽에 마주 서서 신부가 재배를 하면 신랑은 답례를 일배로 답하기를 두 번 한다. 초례상에는 촛대 한 쌍을 세우고 소나무나 대나무 가지를 꽂은 화병 한 쌍에 청실과 홍실을 두른다. 여기에 쌀과 닭 한 쌍을 남북으로 갈라 놓고 각종 과일을 진설한다. 초례상 아래 작은 상을 따로 마련하여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두고 술과 잔을 얹어 놓는다.

합근례는 교배례가 끝난 후 신랑 신부가 서로 술잔을 나누어 마시는 의식이다. 저녁이 되면 신랑과 신부는 신방에 든다. 이때 간단한 음식상이 차려지는데 이를 주물상 또는 야물상이라고 한다. 술과 편육, 유과, 밤, 대추 등이 오르는데 종일 혼례로 긴장하여 먹지도 못하였을 신랑 신부의 허기를 면하게 하고 후사를 많이 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초야에 구경꾼들이 신방을 엿보는 것을 ‘상직한다’, ‘상방한다’. ‘각시 엿보기’, ‘신방 엿보기’라고 하였다. 첫날밤에 일어날 수 있는 소동이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한편, 귀신이 들여다보는 것을 막아 부부의 행복을 비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상례는 초야를 치른 신랑이 장인과 장모를 비롯한 처가의 일가 친척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의식이다. 이때 신부의 친척들이 신랑을 거꾸로 매달아 발바닥을 때리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신랑 다루기’ 혹은 ‘동상례’라고 하였다. 김해 지역에서는 함을 지고 올 때 사용했던 기저귀 천으로 신랑의 다리를 묶어 덩치 좋은 신부쪽 사람이 신랑을 거꾸로 매고 북어나 장작개비로 발바닥을 때렸다. 신부를 훔쳐가는 도둑이니 혼이 나야 한다고 호통을 치면 신랑은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주겠다고 용서를 구한다. 이때 주로 먹을 것을 요구하는데 신랑을 다 들어주겠다며 술과 닭요리, 생선, 찰떡을 내놓는다. 이런 신랑 다루기를 통해 신부의 친지들과 신랑이 가까워지며 술자리로 잔칫집 흥을 돋우었다.

3. 후례

대례가 끝나면 신랑집으로 가는 의식이 남아 있는데 이를 후례라고 하였다. 후례는 우귀례(于歸禮), 현구고례(見舅姑禮), 근친(覲親)이 있다. 우귀례는 신행(新行)이라고 하는데 혼례 후 당일 우귀, 3일 우귀, 달을 넘기는 달묵이와 해를 넘겨 우귀하는 해묵이가 있었다. 신부는 친정 부모에게 절을 하고 부엌에 들어가 솥두껑을 세 번 열었다 닫고 집을 떠났다. 신행을 갈 때 신부와 함께 상객, 웃각시, 짐꾼 등의 행렬이 따랐다. 김해 지역에서 신부가 시댁에 도착하면 대문 앞에 짚을 태우고 신부를 건너가게 한 뒤 신부가 물 주전자를 들어 그 물을 부엌의 물독에 붓는 의식을 행했다. 이는 신부가 시집으로 편입되는 과정으로 신부에게 새로운 집단에 흡수됨을 인정하고 며느리로 역할과 위치를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현구고례는 신부가 시부모와 시댁 사람들에게 절을 하는 폐백이다. 신붓집에서 장만해 온 음식으로 상을 차려 술을 따라 올린 후 절을 한다. 시부모와 친척들은 절을 받은 후 신부 치마폭에 밤과 대추를 던지는데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현구고례가 끝나면 신부와 함께 온 상객은 큰상을 받고 돌아간다. 신부는 시집온 다음날부터 시부모님께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올린 후 상을 차린다. 친정에서 준비한 양념과 반찬으로 상차림하는 것을 ‘반감한다’고 한다. 김해 지역에서는 볶은 쇠고기, 구운 생선, 나물 몇 가지가 기본인데 다른 지역과 달리 붕어찜이나 반건조 가자미 조림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시집온 지 사흘이 되면 가까운 친척집에 다니며 인사를 시킨다. 근친은 신부가 시집와서 처음으로 친정 나들이를 가는 것을 말한다. 신부가 시댁에서 첫 농사 지은 곡식으로 술과 떡을 준비해서 근친을 가는데 돌아오는 날은 시집에서 정해 준다. 근친 때는 신랑이 동행하는데 장모는 사위가 오면 친척집을 다니며 인사를 시킨다. 근친을 다녀오는 것으로 혼례 의식이 마무리된다.

1960년 12월에 김해시 생림면의 한〇〇[1936년생]는 김해시 진례면 곽〇〇[1940년생]와 전통 혼례를 치렀다고 한다. 마을에 숙모님이 중매를 하여 신붓집으로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신부와 잠시 아래채에서 인사를 나누었다고 한다. 혼례 당일 신붓집 마당에 초례청을 차리고 혼례를 올렸는데 혼례식이 끝나고 처가 일가들이 모여 신랑다루기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신랑 발목에 천으로 묶어 거꾸로 매어 달고 마른 북어로 발바닥을 치며 음식을 내어오라고 하며 잔치 흥을 돋우었다고 한다. 이런 신랑다루기를 통해 사위를 집안의 식구로, 친지로 받아들이고 친숙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 혼례는 일제 강점기 신식 결혼식이 유입되면서 점차 줄어들었고, 예식장이 일반화되면서 잔치도 간소하게 변화하였다.

[김해시의 현대 결혼식]

일제 강점기에 신식 결혼식이 유입되면서 전통 혼례를 구식 혼례라고 하였다. 전통 혼례와 달리 신식 결혼식에서는 혼례 절차, 예복의 변화, 예식장의 등장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 예복

전통 혼례에서 예복으로 신랑은 사모관대를 하였으나 현대 결혼식에는 양복으로, 신부가 입었던 활옷과 족두리는 한복에 면사포를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예식장에서 드레스나 양복을 대여하면서 남성은 턱시도, 여성은 드레스를 입게 되었다. 최근에는 결혼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예복도 개인의 취향에 맞는 예복에서부터 값비싼 예복까지 당사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2. 절차

전통 혼례의 절차는 의혼에서 후례까지 복잡하였으나 현대 결혼식은 절차가 간소화되었다. 전통 혼례는 양가 집안의 중대사로 본인의 의사 결정이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중매보다는 연애결혼이 보편화되면서 의혼의 과정에서 중매쟁이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또 사주단자를 보내고 혼례일을 받는 것도 양가에서 의논하여 결정하며, 예물이나 예단도 간소화하였다. 1970~1980년대 예물과 예단으로 인해 혼례가 파탄에 이르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신랑집에서 신혼집을 마련하면 신붓집에서는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 살림을 장만하는 것이 보편적 정서로 자리잡았으나 최근에는 양가 사정에 따라 예물과 예단을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3. 예식장의 등장

현대 결혼식이 전통 혼례의 방식에서 급변할 수 있었던 것은 혼례 공간의 변화와 주거 문화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예식장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해는 부산과 인접하여 1950년대부터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김해 최초의 예식장은 1959년에 김해예식장이며, 이후 태영예식장, 궁성예식장, 신혼예식장, 명문예식장, 상아예식장 등이 생겨났다.

예식장에서 결혼식은 식순에 따라 진행되었다. 사회자가 개식사를 하면 양가 어머니가 앞으로 나와 화촉 점화를 하고, 주례를 소개한다. 주례는 신랑 신부 측에서 사회적으로 인품과 명예를 얻은 분을 세웠으나 예식장의 전문 주례를 세우는 경우도 많았다. 주례 소개가 끝나면 신랑이 먼저 입장하고, 그다음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을 한다. 신부 아버지는 신부의 손을 신랑에게 건네준다. 신랑과 신부가 마주 서서 맞절을 하고, 혼인 서약을 하면 주례는 혼인이 이루어졌음을 널리 알리는 성혼 선언을 한다. 그다음 주례의 축사가 이어지고, 지인들이 축가나 축하 공연을 한다. 그다음 예물을 교환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면 사회자가 폐회를 선언한다. 하객들이 예식을 마치고 식사를 하러 가면 신랑과 신부는 예식장에 마련된 폐백실로 가서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절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전통 혼례에서 주례의 혼인 주관과 신랑 신부의 맞절, 폐백 등은 현대 예식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나 그 외의 과정은 예식장에서 준비한 식순에 따라 진행하였다. 또 예식장은 하객들 대접을 위한 식당, 예식 사진 촬영, 드레스 대여, 폐백실 운영 등 혼례의 전 과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4. 다양한 결혼식

최근 호화 결혼식이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문제가 되자 스몰웨딩 등 결혼식 문화가 다양해졌다. 예식장을 벗어난 장소의 변화, 간소한 차림이나 개성적인 옷으로 예복의 변화, 주례 없는 결혼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치르고 있다. 김해시에는 현재 더파티웨딩홀, 메르시앙웨딩홀, 아이스퀘어호텔웨딩, 비즈컨벤션웨딩홀 등이 있으며 상아예식장, 진영농협예식장, 김해시청예식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비즈켄벤션은 김해시에서 청년들의 결혼 비용 절감을 위해 2019년 김해 골든루트일반산업단지 내 전국 최초로 호텔급 공공형 예식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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