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의례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9401208
한자 平生 儀禮
이칭/별칭 일생 의례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경상남도 김해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한양하

[정의]

경상남도 김해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평생 의례.

[개설]

평생 의례(平生 儀禮)는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며 겪는 여러 단계별 의례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평생 의례는 일생 의례라고도 하며 한 개인에 국한되어 행하는 의례가 아니라 한 개인을 사회의 성원으로 인정하며 지위를 부여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공동체 사회 구성원 모두를 화동하여 합하는 의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의례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혼인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각 단계마다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통과 의례’적 의미가 담겨 있다. 통과 의례는 문화인류학자 아놀드 판 헤네프가 『통과의례(Les rites de passage)』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한 개인이 한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으로 들어갈 때 발생하며, 사회적 지위의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단계로 통과 의례를 거침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되는 의식이다.

[김해의 전통적 평생 의례]

김해의 평생 의례는 일반적인 삶의 단계에 따라 출생 의례, 성장 의례, 성년 의례, 혼례, 수연례(壽宴禮), 상장례(喪葬禮), 제례로 나눌 수 있다.

1. 출생 의례

출생 의례는 산전, 산후, 육아 시기에 행하는 의례로 아이의 건강과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산전 임산부는 집안에서 모서리에 앉지 않거나 집안에 못을 박지 않는 등 행위 금기와 상갓집 음식이나 문어와 같은 뼈 없는 음식을 먹지 않는 음식 금기가 있었다. 이는 임산부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모방주술에 따라 위험한 행위와 음식을 가리도록 한 것이다. 산후에는 산실 윗목에 삼신상을 차리고, 부정한 액을 막기 위해 집 대문에 금줄을 치고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아기의 태는 배꼽에서 한 뼘쯤 떨어진 곳을 기준으로 아기 쪽으로 세 번, 산모 쪽을 세 번 피를 훓은 다음 무명실로 묶고 자른다. 잘라낸 태는 태반과 함께 짚으로 싸서 산모의 머리맡에 두었다가 3일 후에 태웠다.

2. 성장 의례

성장 의례는 크게 삼칠일, 백일, 돌잔치로 나눌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난 후 한칠일, 이칠일, 삼칠일에 삼신상을 차리고 비손을 하였다. 삼칠일 이후 산모와 아기는 일상으로 돌아와 외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백일은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로 삼신상을 차려 감사함을 고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백설기와 액을 쫓는 수수경단 떡을 하여 이웃과 나눠 먹었다. 돌잔치는 태어나 1년이 되는 첫 생일로 친척들을 초대하여 성대하게 치렀다. 백설기, 수수경단, 무지개떡을 준비하여 잔치를 벌이며, 돌잡이를 하여 아이의 미래를 점치기도 하였다.

3. 성년 의례

성년 의례는 아이가 성장하여 사회의 일원이 되는 통과 의례로 성년식이라고 하였다. 남자의 경우 15세에서 20세에 땋았던 머리를 빗어 상투를 틀고 갓을 씌우는 관례(冠禮) 의식을 행했으며, 여자의 경우 15세에서 약혼한 경우 땋았던 머리를 풀고 쪽을 찌는 계례(筓禮)를 행하였다. 관례를 마치면 어른들을 초대하여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이름 대신 자(字)를 지어 불렀다.

4. 혼례

혼례는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 절차로 사회적 어른으로, 자녀를 기를 수 있는 양육자로 거듭나는 의식이다. 그런 점에서 혼례를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하였다. 전통 혼례는 중매인이 양가의 혼인을 중개하여 혼인 의사를 결정하는 의혼(議婚), 신랑이 신붓집에서 치르는 대례(大禮), 신부가 신랑집에서 행하는 후례로 이루어진다. 김해 지역에서도 중매가 이루어지면 신랑 측 부모가 신부를 먼저 보고 마음에 들어야 날을 택해 아들과 함께 신부를 보러 가는 선보기를 하였다. 그 후 신랑과 신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춰 길흉을 점치는 궁합을 보고 양가의 부모가 혼인을 결정하였다. 혼례를 진행할 때 김해 지역에서 행해지는 벽사(辟邪)로는 신랑이 신붓집으로 들어갈 때 마당에 짚불을 타고 넘거나 쌀겨나 콩을 넣은 가마니를 밟고 넘어갔다. 후례 때 신부가 신랑집으로 들어갈 때도 대문 앞에서 짚불을 태우고 신부를 건너가게 한 뒤 신부가 물주전자를 들어 부엌의 물독에 붓는 의식을 행하였다. 신부가 시집을 온 뒤 처음 친정 나들이를 가는 것을 근친(覲親)이라고 하는데, 시댁에서 첫 농사를 지은 술과 떡으로 음식을 준비하여 신랑과 동행한다. 근친을 다녀와야 혼례가 마무리된다.

5. 수연례

수연례는 한 갑자, 60년을 살고 난 뒤 회갑(回甲), 진갑(進甲)을 맞이하고, 칠순, 희수(喜壽), 망백의 의례를 치르는 것이다. 회갑은 태어나서 60년째 되는 생일에, 진갑은 62세가 되는 생일에 잔치를 열어 떡과 과일, 유과, 수육 등 음식상을 차리고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열었다. 70세, 80세, 90세가 되면 칠순 잔치, 팔순 잔치, 구순 잔치를 열었고, 77세가 되는 해를 희수연(喜壽宴), 88세에 미수연(米壽宴), 99세에 백수연(白壽宴)을 열었는데, 옛날에는 70세가 되는 것도 드물어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이 있었다.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례로 수연례가 행해졌다. 또 혼례를 치른 해로 60주년이 되는 해에는 회혼례(回婚禮)를 열어 온 마을의 경사로 여겨 성대하게 잔치를 치렀다.

6. 상장례

상례는 죽은 이를 살아 있을 때와 같이 섬기면서 저승으로 보내는 마지막 효성을 다하는 의식이다. 망자가 죽는 순간을 맞이하는 임종에서 망자의 혼을 달래며 상주들이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 시신을 염습하고 입관하는 과정, 봉분을 조성하여 매장하고 집으로 돌아와 고인의 영혼이 저승에서 편히 쉬기를 기원하는 49제, 탈상까지 각종 의례가 있다. 갑작스런 부모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소생을 바라는 애통과 충격,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정성을 쏟는 장송 의식, 마지막 제사를 통해 부모와 소통하며 일상에서 애도를 표현하는 순으로 되어 있다. 김해 지역에서는 1970년대까지 마을 상조회에서 장례를 치렀으나 산업화 사회로 변모하고 장례식장이 생겨나게 되면서 전통 장례는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특이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평생을 유학자의 삶을 살았던 화재(華齋) 이우섭(李雨燮)이 2007년 4월에 사망하자 전통의 유림장(儒林葬)이 거행되기도 하였다.

7. 제례

제례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조상 숭배를 실천하는 의식으로 기제사(忌祭祀), 시제(時祭), 명절 차례가 있다. 기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로 돌아가신 날의 자정에 지내며, 시제는 묘사(墓祀)라고도 하는데 5대조 이상 조상의 묘에 가서 지내는 제사이다. 보통 한식이나 음력 10월에 집안 문중에서 주관하여 제를 지낸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명절 아침 고조 이하 직계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로 설에는 떡국을 놓고, 추석에는 송편을 올린다.

한국의 출생 의례, 성장 의례, 성년 의례, 혼례, 수연례, 상장례, 제례에서는 기자 신앙, 불교 신앙, 유교 신앙, 민속 신앙이 습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평생 의례에는 가족과 가문 속에서 여성과 남성의 도리, 부모와 자식의 도리,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도리를 일깨우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기자 신앙은 나무나 바위 등 자연신에게 치성을 드려 자식을 기원하는 신앙이다. 이는 민간 신앙과 습합하여 출생 의례에서 삼신을 모시는데, 아이가 출생하면 삼신상을 차리고 삼칠일, 백일, 돌 때마다 삼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드러난다. 혼례에서 사주단자를 주고받을 때나 혼례 날짜를 정할 때도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한 점술을 믿어온 민간 신앙이 배어 있으며, 임신과 출산, 혼례 등 경사스러운 일을 앞두고 조심해야 할 금기 사항도 민간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상례와 장례, 제례는 유교식 절차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불교식의 세계관이 습합되어 망자가 저승으로 가기까지 49일 동안의 과정을 거친다고 보고 있다.

[김해의 현대 평생 의례]

전통적인 평생 의례는 현대 사회에서 그 의미가 약화되거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평생 의례는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지속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현대 사회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의례의 요소는 약화되었고, 절차는 간소화되었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해 지역에서 출생 의례는 산모가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후 산후조리원에서 산모와 아기의 돌봄을 받는다. 삼칠일 동안 금줄의 금기나 삼신상을 차리지 않는다. 그러나 백일과 돌잔치는 이어져 오고 있다. 백일잔치는 간소하게 가까운 친지들이 모여 떡과 과일을 차려 놓고 함께 축하한다. 돌잔치는 백일잔치보다 크게 준비하며 대행업체에서 주관하여 파티를 여는데 아기의 건강을 기원하는 떡과 과일을 차려 놓고 돌잡이를 진행한다. 돌잡이를 통해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기능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성년식의 경우 성년이 되어도 부모로부터 자립하는 청년이 적으며, 성년식 의례도 서구화되어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지정하여 꽃이나 향수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김해시에서는 점차 사라져가는 성년식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김해향교에서 매년 5월 20일 성년의 날을 맞아 전통 성년식을 치른다. 성년식을 남자에게는 관례, 여자에게는 계례라고 하는데, 남자인 관자에게는 유건과 도포를 입히고, 계자인 여자에게는 비녀를 꽂고 족두리를 씌워 주는 삼가례와 어른에게 술을 배우는 초례, 자(字)를 지어 주고 평생 간직할 만한 교훈을 내려 주는 가자례 순으로 진행한다. 유교적 전통에 따른 김해향교의 성년식은 사라져 가는 성년식 문화의 의미를 되새겨 성인으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게 한다.

김해 지역에서도 결혼식은 일제 강점기 때 신식 혼례 양식이 들어와 의복과 절차가 간소화되었고, 광복 이후 현대 결혼식장이 생기면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호화 결혼식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였으나 최근 당사자들의 의견에 따라 장소와 비용, 절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치러진다.

상장례 문화 또한 달라졌다.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장례식장에서 세상에 이별을 고한다. 2023년 현재, 김해 지역에서는 17곳의 장례식장이 운영 중이다. 전문업체에서 진행되는 상장례 또한 망자의 영혼이 저승에 평안하게 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상주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한 의례의 기본 의미는 사라지지 않고 전승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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