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 전승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9401225
한자 口碑 傳承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지역 경상남도 김해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남기민

[정의]

경상남도 김해 지역에서 말을 통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민간 문화의 총체.

[개설]

구비 전승(口碑傳承)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말로 된 비석이 전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말로 된 비석이라는 표현은 ‘말’이라는 부분과 비석으로 상징되는 ‘기록’이라는 모순되는 개념이 공존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이는 구비 전승의 성격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표현은 비석에 새겨진 글이 변함없이 오래도록 전해지는 것과 같이 말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것을 말한다.

구비 전승은 세 가지 조건을 통해 정의될 수 있는데, 첫째는 말로서 존재한다는 점이고, 둘째로 말로 전달된다는 점이고, 셋째는 말로 전승된다는 점이다. 첫째는 구비 전승의 전달 매체가 ‘말’이라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전달을 말한다. 셋째는 시간을 넘어 전달되는 역사적 전승을 말한다.

구비 전승이라는 개념의 핵심인 ‘구비(口碑)’라는 단어는 객관적 가치 판단 기준을 의미하기도 한다. ‘구비’는 사전적으로 “비석에 새긴 것처럼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말이라는 뜻으로, 대대로 말로 전하여 내려오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구비 전승이 기록 전승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 내용 속에 담겨 있는 삶에 대한 핵심적인 성찰과 지혜는 시간을 넘어 전달되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는 정의이다. 이는 말이라는 임시적이고 가변적인 매체를 사용하면서도 핵심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민간의 공감 속에서 비석에 새겨진 글자들과 같이 변함없이 전해지고 있는 구비 전승의 본질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배가 고프다’와 같은 단순 정보나 욕설 혹은 의미 없는 말장난을 구비 전승으로 볼 수 없는 것과 같이, 구비 전승은 위 기준들의 충족과 함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내용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인간이 남긴 발자취와 삶에 대한 인식 등의 총체적 지혜를 전달할 때 그것을 구비 전승이라고 할 가치가 있다. 정보를 담고 전달되는 구비 전승의 경우도 단순 정보가 아니라 생활과 관련된 지식, 삶과 관련된 지식 등을 담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민간 문화의 정수를 충분히 담지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구비 전승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볼 때 구비 전승이란 인문적 가치를 지닌 것, 그리고 생활기술 지식과 관련된 구비 전승들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김해의 구비 전승]

문학적 측면에서 구비 전승은 설화, 민요, 무가, 판소리, 민속극, 속담, 속신어 등으로 이루어진다. 김해 지역의 구비 전승의 전모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구비 전승의 특성상 기록으로 남겨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비 전승 조사 목적의 연구를 수행하는 등 특별한 구술 조사 작업을 진행해야만 그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김해 지역의 구비 전승, 김해의 구비 문학에 대한 본격적 조사로 『한국구비문학대계』를 꼽을 수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는 전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구술 조사 사업의 결과물이다. 그 중 『한국구비문학대계』8-9권은 경상남도 김해시와 김해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구술 조사 결과를 정리하여 싣고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8-9 경상남도 김해시·김해군 편에는 설화, 민요, 무가가 실려 있다. 이들의 수록 양상에서 김해 지역의 구비 전승이 보이는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설화는 380편이 수록되어 가장 많은 수량을 보인다. 그에 반해 민요는 68편으로 설화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수량이 실렸다. 무가는 민요보다도 현저히 적은 2편만이 실려 있다. 이를 통해 보았을 때, 김해는 무속 신앙이 매우 약화된 곳이며, 무속과 연관된 무가들에 대한 전승 또한 함께 약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속 신앙의 약화는 비단 김해만의 특성이라 볼 수는 없다. 현대화와 함께 신화적 사고보다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주류를 이루었으며, 무속 신앙은 미신으로 치부되며 설 곳을 잃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났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김해 지역을 대상으로 한 대단위 조사, 특히 구비 전승에 주목한 조사 사업을 통한 결과물에서 무가가 단 2편만이 확인되었고, 그 시기가 1982년에서 1983년이라는 점에서 당시 김해 지역의 사회 문화에서 현대화와 도시화의 가속이 일어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설화의 경우는 가장 많은 수량이 채록되었다. 김해의 경우 설화 채록 양상에 특정한 성향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주제의 설화들이 조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전국적 분포 양상을 보이는 광포 설화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실수담, 풍수담, 동물 보은담, 아지담 등의 설화들이 조사되었다. 특이한 점으로는, 김해 지역이 가야와 깊은 관련을 갖기 때문에 이와 연관된 설화들이 전해지고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가야와 관련한 전설이나 신화 등의 설화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해의 구비 전승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민요에서 찾을 수 있다. 김해 지역에 넓은 평야가 있다는 지리적 조건에서 비롯된 특징으로 모내기 노래인 「등지」 혹은 「등지노래」가 다수 전승되고 있었다. 김해 지역의 벼농사는 주로 이앙법으로 이루어졌다. 이앙법의 중요한 점은 볍씨를 심어 모를 키우는 곳과 어느 정도 자란 모를 심어 벼로 자라게 하는 곳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못자리에서 모를 키워 논으로 옮겨 심는 것을 ‘모내기’라 하는데, 모를 논에 심기 위해서는 적당하게 자란 모를 심기 좋게 뽑아내야만 한다. 이렇게 모를 적당량씩 뽑아내는 것을 ‘모찌기’라 한다. 김해에서는 모찌기를 할 때도 노래를 불렀고, 모내기를 할 때도 노래를 불렀다. 이때 부르는 노래를 「등지」 혹은 「정자」라고 한다. 「등지」는 긴등지[긴정자]와 짧은등지[짜른등지, 짜른정자]로 나뉘는데, 모찌기와 모내기 모두에서 불린다.

김해의 논농사 노동요는 모찌기, 모내기, 논매기 과정마다 부르는 노동요가 각각 있다. 그런데 이때 노동요의 특징은 대부분의 논농사 노동요가 「등지」로 지칭된다는 점이다. 채록 과정에서도 대다수의 제보자들이 특히 모찌기, 모내기 노래를 부른다고 하며 「등지」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과거의 모찌기와 모내기 과정이 연이어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며, 다수의 인원이 함께 긴 시간 동안 작업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라는 특성에서 다양한 형태의 노랫말과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모찌기소리」「모심기소리」는 주로 불리는 노랫말과 음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제보자들의 가창 내용으로 볼 때에는 이 노래들을 논농사 과정 전반에 걸쳐서 혼용하여 부른 경우도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김해 지역의 「등지」는 여타 메기고 받는 노래와는 다르게 후렴이 없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또한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짧은 장절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노래하는 사람이 한 장절을 메기면 다른 사람이 다른 노랫말로 된 장절을 노래하며 받는다. 「등지」는 긴등지와 짧은등지 모두 중심이 되는 노랫말이 있다. 모찌기 때 부르는 긴등지는 ‘한강에다/ 모를 부어/ 모찌기가/ 난감하네’와 같은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짧은등지의 노랫말에는 ‘졸이자[조리자, 조루자]’가 빠른 박자로 반복되기도 한다. 모심을 때의 긴등지는 ‘물꼬랑청청/ 헐어놓고/ 주인네양반/ 어데갔노’와 같은 노랫말이 자주 등장하고, 긴등지에서 넘어가는 짧은등지는 모찌기 때 짧은등지와 같은 노랫말로 노래한다. 「등지」는 모내기 때 부르는 노동요이기에 노랫말 내용이 중심 노랫말을 벗어나 모내기의 진행 상황과 함께 변하거나, 신세 한탄이나 임을 그리는 정한을 노래하는 등 매우 다양한 정서를 담고 있는 경우도 많다. 긴 시간 동안의 모내기 작업 중에 계속해서 불리는 노래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내용의 노랫말로 이루어진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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