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데이터
항목 ID GC09401292
한자 文法
영어공식명칭 Grammar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경상남도 김해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목지선

[정의]

경상남도 김해 지역에서 입말과 글말 등 언어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규칙과 체계.

[개설]

일반적인 경우 국어 문법이라 하면 글말을 대상으로 하여 문장 차원에서 형태적, 통사적 규칙을 찾으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말을 대상으로 하는 문법 연구에서 방언은 소외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언어는 인위적인 글말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이고, 생생한 입말이라는 반성이 일어나면서, 입말에 나타나는 문법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과 삶, 그리고 정서를 살펴보려는 시도가 활발해졌다. 그러면서 방언의 문법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문법은 수많은 표현들을 만들어 내는 뼈대인 동시에 문법에 내재된 질서를 통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삶의 모습을 유추해 낼 수도 있으므로 그 지역어의 문법을 통해서 지역민과 지역적 삶의 특징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김해 지역의 부정문]

국어는 언어 형태적 유형에 있어 첨가어에 속한다. 즉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나 어간에 문법적인 기능을 하는 요소가 결합해 의미를 형성하기 때문에 조사나 어미 등과 관련된 문장 유형이나 시제, 높임법, 사동/피동 등이 문법의 근간을 이룬다. 그런데 이들 외에 문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로 부정법을 들 수 있다. 문법은 어휘에 비해 지역 방언과 표준어 간의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기는 하나,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점도 많으며, 문법적 특징을 통해 지역인이나 지역 문화의 특성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지역어의 문법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부정문의 경우 서남 방언, 동남 방언, 제주 방언 할 것 없이 단형 부정(短形 否定)이 장형 부정(長形 否定)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쓰인다는 점은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 특히 경상남도 방언에서는 부정 의문문에서 단형인 ‘안’ 부정문의 쓰임이 매우 특이하게 나타난다. 김해 지역에서도 단형 부정문인 ‘안’ 부정문이 부정과 의문의 기능을 잃고 특이한 용법으로 쓰이는 예가 자주 발견된다.

우선 ‘안’ 부정 의문문은 확인 의문문에서 차이를 보인다. 확인 의문문이란 의문문의 형태로 쓰이기는 하지만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 상대방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쓰인 의문문을 말한다. 표준어에서는 확인 의문문으로 장형 부정문인 ‘-지 않-’이나 이것이 축약된 ‘-잖-’의 형태로 쓰이는 반면 김해 지역에서는 단형 부정문인 ‘안’ 부정문이 쓰인다.

예) 지금이나 예적이나 뭐 계급을 따주는 시대는 아이지마는, 대략 아이들 이름 들어보믄 그 집안에 그 뭣이 대략 짐작이 안 갑니까?[=지금이나 옛적에나 뭐 계급 따지는 시대는 아니지마는, 대략 아이들 이름 들어보면 그 집안에 그 뭔가가 대략 짐작이 가잖아요?]

그 대감어 댁에서 그 수재(秀才)가 재주도 좋고 이런데, 혼처가 들옸는데 어찌케[어떻게] 하믄 좋겠노? - 어머니 무슨 말씀이 그런 말씀 하십니까? 나는 붜 배필이 정해져가 안 있읍니꺼?[=그 대감 댁에서 그 수재가 재주도 좋고 이런데, 혼처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니? - 어머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나는 벌써 배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이 사람아, 자네 아다시피 아무데 그 절에 그 중이 와 가지고 매일 바둑을 두고 안 있나?[=이 사람아, 자네도 알다시피 아무 데 그 절에 중이 와 가지고 매일 바둑을 두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 사람은 니를 살린 은인이고, 그 좋은 자리 니가 시집을 가는 기 안 좋나?[=그렇지만 그 사람은 너를 살린 은인이고, 그 좋은 자리에 니가 시집을 가는 게 좋잖니?]

그리고 김해 지역을 비롯한 경상남도 방언에서는 이런 단형 부정 의문문이 확인의 용법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정보를 강조해서 전달하는 기능으로도 쓰인다. 아래에 제시되는 예문은 상대방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쓰인 것이므로 여기에 드러나는 ‘안’ 의문문은 상대방은 모르고, 자기만 알고 있는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안’ 의문문 뒤에 동일한 평서문이 반복되는 것이나 지명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데 쓰였다는 점만 보아도 상대방에게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화자가 이미 이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 그 처이 애맨 떼는 안 벗었나? 처이 애맨 떼는 벗어 놓으이, 그래 그거 처이캉 참 신랑캉 새는 날에 그 본집을 가 가지고 잔치를 하고……[=그 처녀가 억울한 죄는 벗었어. 처녀가 억울한 죄는 벗어 놓으니까, [그래서] 처녀랑 신랑이랑 다음날 그 본집에 가가지고 잔치를 하고……]

이래 가지고. 사인교를 채리 가지고 얼마나 반갑든지 그 주막집에 이 사람이 안 갔읍니까? 가이께 참 자기 동생이 앉아 있는 기라.[=이래 가지고, 가마를 차려 가지고, 얼마나 반갑던지 그 주막집에 이 사람이 갔습니다. 가니까 참, 자기 동생이 앉아 있는 거예요.]

그래 하인들이 살림을 가지고 그 집에 엥기 안 놨읍니까? 나놓고, 그래 사랑에다 등촉을 밝혀 놓고……[=그래 하인들이 살림을 가지고 그 집에 옮겨 놨습니다. 놔 놓고, 사랑에다 등촉을 밝혀 놓고……]

강포대라 카는 데는 꾸중물이 안 들고, 언제든지 물이 거울 빛 같이 맑다고 해서 그래 강포대라 안 캅니가?[=경포대라 하는 데는 구정물이 안 들고, 언제든지 물이 거울 빛같이 맑다고 해서 그래서 경포대라 합니다.]

그리고 김해 지역에서는 이런 확인 의문문이나 새로운 정보를 강조하는 용법으로 쓰일 때 단형 부정 의문문뿐만 아니라 평서형으로 된 문장 뒤에 의문형인 ‘아이가’ 혹은 ‘아닙니까?’가 결합한 ‘-다 아이가’나 ‘-다 아닙니까?’가 쓰이기도 한다. 이 또한 표준어와는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예) 사람이 묵으면 죽는다 아이가?[=사람이 먹으면 죽잖아요?]

내우간은 아이다 아이가?[=내외 간은 아니잖아요?]

자기가 와서 누우서 곰곰이 생각해 보이 자기 지낸 역사가 우습다 아입니꺼?[=자기가 와서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기가 지낸 역사가 우습지 않습니까?]

걸어서 김해장을 갔다 오면 이 샛강물쪽으로 건니면, 그때는 이 신작로가 차 없을 적엔 없었다 아이가? 여게[이곳에] 차 댕기는 이 신작로가 없고, 들 가운데 질로 저 고개 있제? 외동고개라고 고개 있는 조리, 들 가운데로 이리 댕깄거든[=걸어서 김해장을 갔다 오면, 이 샛강물쪽으로 건너면, 그때는 이 신작로가, 차 없을 적엔 없었어. 여기 차 다니는 이 신작로가 없고, 들 가운데 길로, 저 고개 있지? 외동고개라고 고개 있는 저리, 들 가운데로 다녔거든.]

우째우째 한다 한다는 거 양반 집안서 다 알거든. 그래 우찌한다 갈쳐줐다 아입니꺼.[=어떻게 한다는 것은 양반 집안에서 다 알거든. 그래서 어떻게 한다고 가르쳐 줬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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